대회, 공모전, 해커톤 기록

[KHUTHON] 2026 쿠톤 준비부터 대회를 마치며..

geonho-log 2026. 5. 10. 02:53

해커톤 후기를 당일에 바로 쓴다. 왜냐하면 당일에 바로 쓰지 않으면 1년이 지나도 안 쓴다는 걸 피드나 블로그를 쓰면서 배웠기 때문이다.

지금 과제가 많아서 간단히 써보려 한다.

이번에 참가한 대회는 KHUTHON이었다. SW중심대학들이 연합으로 모여 진행하는 1박 2일 해커톤 대회로, 총 48팀, 150명 이내의 참가자들이 모여 경쟁하는 대회였다.

작년부터 공모전과 해커톤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뒤, 이번이 두 번째 교내 해커톤 참가였다. 그런데 작년에 참가했던 로커톤은 사실 해커톤이라기보다는 디자인 대회에 가까운 무언가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이번 KHUTHON이 사실상 첫 해커톤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KHUTHON은 매년 1학기 중간고사가 끝난 뒤 열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일찍부터 AI 부트캠프를 함께 공부하고 스터디했던 형과 같이 나가기로 했다. 동시에 햅틱·입출력기기 수업에서 알게 된 선배 한 분도 함께하게 되었고, 그 선배가 디자이너 후배 한 명을 소개해주셔서 총 4명이 팀을 이루게 되었다.

대회의 진행 방식은 다음과 같았다.

대회의 홍보 포스터.

대회 시작 3일 전인 5월 6일, 세 개의 가주제가 먼저 발표되었다.

이번 가주제는 다음과 같았다.

취약계층과 디지털 리터러시
자극 콘텐츠와 여가생활
대중문화의 구조적 문제

세 주제 모두 쉽지 않았다. 작년 2025년에는 ‘농업의 기술화’가 주제였다고 하는데, 그에 비해 올해 주제들은 훨씬 추상적이고 해석의 폭도 넓어 보였다.

아마 2026년부터는 사전에 미리 개발해 오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방식으로 바뀐 것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우리 팀은 각 가주제에 대해 나름의 대안을 세우고 대회장에 입장했다. 다만 ‘대중문화의 구조적 문제’ 가주제만큼은 마땅한 대안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대회 당일 주제가 해당 주제만 아니기를 빌었다.

그리고 5월 8일, 대회 당일. 대회장에 도착한 뒤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는 발제문이 공개되었다.

대회의 최종 주제는 ‘대중문화의 구조적 문제’였다.

그리고 발제문의 내용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단순한 문제 제시문이라기보다는, 대중문화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분석한 글에 가까웠다. 거의 전쟁 포고문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https://thon.khlug.org/notice/subject-article-2026

모바일에서는 게시글 안의 발제문을 따로 눌러야 확인할 수 있다.

이 대회에서 말하는 대중문화의 구조적 문제는 매우 구체적이었다. 예를 들면 문화 산업 안에 존재하는 여러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었는데, 발제문의 네 번째 항목은 다음과 같았다.
 

khuthon

경희대학교 소프트웨어 해커톤

thon.khlug.org

 

전통문화의 지속가능성 위기이다. 많은 전통문화는 보존의 대상으로는 남아 있지만, 실제로는 현대 사회 속에서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박물관과 행사 중심의 '전시형 소비'는 문화유산을 일회적 경험으로 고립시키며, 일상 속에서 반복되고 확장되는 구조를 만들지 못한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서는 전통문화가 현대적 소비 맥락과 연결되지 못할 경우 빠르게 가시성을 잃는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힙 트래디션' 현상이 주목받고 있으나, 이는 일부 성공 사례에 국한되어 있으며, 전통문화 전반의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형성하기에는 여전히 한계가 있다. 결국 전통문화의 문제는 보존 여부가 아니라, 현대적 소비 구조 속에서 지속적으로 선택되고 재생산되는 구조를 갖추었는가의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 팀은 대회가 시작된 오후 6시부터 7시까지를 브레인스토밍 시간으로 잡고, ‘대중문화의 구조적 문제’라는 안건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눠보기로 했다.

브레인스토밍을 하면서 발제문을 다시 천천히 읽어 보았다.

문화의 구조적 문제.

그중에서도 네 번째 문제였던 “전통문화는 재생산되고 소비되지 못한다”라는 내용을 보고, 과거 2030 통일 해커톤의 기억이 떠올랐다.

문화의 재생산과 참여. 전통문화. 전통문화의 재생산과 참여라는 주제로 생각을 이어가다 보니, 며칠 전에 보고 충격을 받았던 전통문화 관련 릴스도 떠올랐다.

인스타그램 ‘모지렁이’의 릴스였다.

https://www.instagram.com/reel/DXv2TFPRz4u/?utm_source=ig_web_copy_link
 
 
 
 

‘만약 우리가 아직 한복을 입는다면?’이라는 주제였는데, 비주얼 디자인이 정말 충격적이었다. 한복을 사용한 방식도 참신했고, 전통문화가 이렇게 현대적으로 재해석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나아가 발제문의 4번 문제와 ‘AI 콘텐츠’를 엮어서 생각해 보니, 마침 작년에 나갔던 ‘전국 한의약 노래 공모전’도 떠올랐다.

내가 나갔다가 광탈했던 공모전이었지만, 이 공모전에 참여하는 동안 AI 콘텐츠, 특히 AI 노래의 가능성을 배울 수 있었다.

https://youtube.com/shorts/tFRbx9zp-mc?si=V3CvkgIgaXTo8OgE

이 한의약 노래 후보들 중에서는 가장 마지막 작품이었던 ‘한의약의 가치를 달여서’가 가장 좋았는데, 그 작품이 유일한 탈락 작품이었다는 게 너무 아쉬웠다.

이 공모전의 작품들도 생각났고, 작년에 나갔던 2030 통일 해커톤의 기억도 떠올랐다.

https://www.wevity.com/index_university.php?c=find&s=_university&gbn=viewok&gp=1&ix=102427

팀 이름이 빨간 맛이었나?

팀 빨간 맛은 AI 콘텐츠를 이용한 북한과 남한의 문화 교류 플랫폼을 제안했던 팀이었다. 당시 발표자분의 발표력이 정말 뛰어났던 팀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나는 브레인스토밍 시간 동안, 발제문에서 정의한 4번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AI 콘텐츠를 통한 전통문화의 재창작’을 제안했다.

물론 이 외에도 GPT, Gemini, Claude 같은 각종 AI 툴에 발제문을 넣고 돌려보면서 기획을 뽑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아직까지 기획의 SEED는 사람이 짜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재 별도로 진행하고 있는 ‘마지날리아’ 프로젝트도 그렇다. AI의 개입 없이 개인적인 경험과 상상력에서 시작한 아이디어가 AI를 통한 디벨롭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고, 팀원들과의 지속적인 회의 또한 AI 디벨롭을 위한 SEED가 되고 있다.

그래서 오직 AI만으로는 기획과 아이디어를 낼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AI로 기획을 짜면, 따지고 보면 말이 안 되지만 어려운 용어들로 포장된 그럴듯한 헛소리 기획안을 내놓을 때가 많다. 예를 들면 “블록체인 기반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한 공평 음악 알고리즘 제안” 같은 이상한 말을 한다.

그리고 KHUTHON의 다른 팀들 발표에서도, 그런 AI가 짜준 것처럼 어려운 용어로 포장된 발표를 꽤 많이 보았다.

과거 AI가 없던 시절에는 더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왔다고 하는데, AI가 인간의 창의력을 제한한다는 말이 이런 의미였을까?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브레인스토밍 시간에 나는 4번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냈고 팀원들도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주셨다. 각 아이디어마다 발제문에서 겨냥하는 문제가 달랐고, 장단점도 달랐다.

그리고 나온 기획들을… ㅋㅋ

그냥 전부 AI에 넣고 정제해 달라고 돌렸다.

그렇게 나온 것이 우리 팀의 기획, ‘이어줄게’였다.

내가 제안한 4번 문제의 해결책은 전통문화 기반의 AI 콘텐츠 재창조 및 참여였고, 팀원이 제안한 1번 문제, 즉 지리적 제약의 해결책은 3D 가상현실 공간이었다.

물론 AI로 나온 기획이 완벽한 기획은 아니었다. 정말 AI 기획의 특징답게 자기 해명적인 문장과 불필요한 문장, 중요하지 않은 기능, 핵심이 아닌 곁가지들이 다 섞인 혼종 같은 기획이었다.

우리는 그 AI 기획을 공룡뼈 화석을 발굴하는 고고학자처럼 다루기 시작했다. 기획의 핵심 구조를 찾고, 불필요한 부분을 덜어내며 정리하기 시작했다.

논의됐던 GNN 기반 추천 알고리즘, RAG, 3DGS 같은 기능들도 있었다. 있어 보이고, 있으면 좋을 것 같은 기능들이긴 했다. 하지만 결국 발제문에서 제시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직접적이지 않은 기능들은 전부 제외하였다.

기획서를 팀원들과 함께 다듬으면서 가장 많이 했던 생각은 이것이었다.

굳이 있을 이유가 없는 것은 제외한다.

우리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지리적 제약은 3D로 해결한다. 문화의 재창조는 AI 콘텐츠로 해결한다. 이 두 가지가 아닌 것은 전부 제외한다.

최대한 스켈레톤만 남기려고 노력했다. 그게 내 글쓰기 또는 기획의 습관이기도 하지만, 기획에서 제안하는 문제가 두 개 이상이 되면 급격하게 산만해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두 가지 문제 해결을 제안하는 만큼 기획이 필연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더더욱 산만한 가지들을 처리하고 스켈레톤만 남기는 것이 중요했다.

그리고 이렇게 스켈레톤만 남기고 정리하는 기술은 지난 2025년 2학기와 겨울방학 동안 얻은 나름의 무기였다. 휴학을 하고 여러 공모전과 해커톤을 다니고, 수많은 대외활동 면접과 부트캠프를 수료하면서 느낀 점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난 2026년 두 달 동안 논문을 작성해 본다고 ‘학술적 글쓰기’를 공부하면서 얻은 감각도 있었다. 그 경험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 기획 방식이 된 것 같다.

그래서 해커톤은 자연스럽게 계속 기획을 다듬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기획을 철저히 하고, 그 기획을 바탕으로 구현 계획을 살피고, 개발을 준비하고, PPT를 만들었다.

결과물은 Vercel로 배포하였다. 이 링크를 언제까지 살려둘지는 모르겠다.

https://ieojulge.vercel.app/

구현을 하면서도 최대한 경계한 것은 하나였다. 구현에서마저도 불필요한 것은 구현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구현은 발표와 기획을 산만하게 만들 뿐이다. 이 원칙을 바탕으로 구현을 진행하였다.

PPT를 만들 때는 작년 DACON 경진대회에서 구조화를 보고 감탄했던 발표 자료를 레퍼런스로 삼았다. 그 레퍼런스를 바탕으로 팀원분들과 함께 PPT 제작을 진행했다.

협업하는 과정에서 우리 팀의 창작물을 발표할 기회도 얻게 되었다.

과연 내가 발표를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었다. 하지만 팀원분들이 나를 믿고 추천해 준 덕분에 발표를 하기로 마음먹었다.

발표를 내가 맡게 되다니. 나는 살면서 발표를 잘해서 칭찬받아본 적이 거의 없다. 지난 여러 번의 면접에서도 합격률이 높은 편은 아니었고, 발표를 잘할 수 있을지 많이 떨렸다.

심지어 작년 비댁스 아이디어톤의 기억도 떠올랐다.

https://www.wevity.com/index_university.php?c=find&s=_university&mode=end&gbn=viewok&gp=155&ix=101839

2025년 비댁스(BDACS) 1DAY 아이디어톤에 1인으로 참여했을 때였다. 기간 내내 몰두하며 열심히 했지만, 개인 능력의 한계로 발표 자료 준비를 겨우 마쳤다.

그리고 첫 번째 순서로 발표를 하게 되었는데, 너무 긴장한 탓에 청중이나 심사위원은 거의 보지도 못했다. 그냥 속사포처럼 대본만 말하고 발표를 끝내버렸다.

아이디어 자체는 나름 참신했다고 생각하지만, 발표에서는 그 내용의 일부조차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 망해버린 발표 때문에 너무 부끄러웠고, 그 뼈아픈 감정을 기차에서 느끼며 수원으로 돌아오던 기억도 떠올랐다.

하지만 작년에 여러 해커톤을 다니면서 만나게 된 데브파이브 대표님의 발표도 함께 떠올랐다.

https://devfive.kr/ko/

2030 통일 해커톤에서 대표님의 발표를 보았고, 그 대회를 계기로 만나게 되었다. 이후 패스트캠퍼스 빌더톤과 DACON 경진대회도 함께 나가게 되었다.

https://www.wevity.com/index_university.php?c=find&s=_university&gbn=viewok&gp=2&ix=104151

https://dacon.io/competitions/official/236666/data
 
그 과정에서 대표님이 보여주셨던 발표를 생각하며 발표를 준비했다. 특별한 스킬은 아니었다. 대본을 짧게 끊어 말하기, 명확하게 말하기, 크게 말하기. 이 세 가지였다.

대표님이 사업 투자를 받기 위해 여러 피칭을 다니시면서 자연스럽게 그런 발표 특성을 가지게 되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그 발표 방식을 떠올리며 연습했다.

계속 발표를 해보며 대본의 어휘를 바꾸고, 순서를 바꾸고, 청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방식을 생각했다. 자신감 있게 말하기. 여러 해커톤에 참여하면서 보았던 발표 잘하는 사람들의 발표법을 따라 해보려 했다.

무대가 무섭고 발표가 긴장돼도, 최대한 목소리만큼은 크고 또렷하게 말하자.

발표에서 내가 지키려고 한 것은 세 가지였다.

1. 모니터 앞에만 서 있지 않기. 어떻게든 몸짓을 사용해서 발표하기.
2. 무서워도 대본을 또박또박 크게 말하기.
3. 스톱워치로 시간을 재면서 준비한 대본을 믿기.

그리고 발표를 끝냈다.

발표를 잘했는지는 모르겠다. 발표가 끝나고 다시 자리로 돌아갈 때 사람들이 웃고 있었다. 그때 “내 발표가 웃겼나?” 하는 걱정이 들었던 기억은 있다.

그렇게 수상 발표가 시작되었다. 차례대로 수상 팀들의 이름이 불렸다. 우수상 수상이 끝나갈 때쯤, 우리 팀의 이름이 불렸다.

“팀 취준즈, 우수상 수상입니다.”

오.

이름이 불리자 좀 놀랐다. 사실 기대를 하지 않으면서도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지난 해커톤 경험상, 해커톤은 기대한다고 수상을 받는 게 아니었다. 괜히 기대했다가 상처받을까 봐 기대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동시에, 그래도 우리 팀만큼 발제문이 제시한 문제를 명확하게 끌어오고 미니멀하게 이해하기 쉬운 기획은 거의 없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래도 상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우수상 팀 호명이 지나가는데 우리 팀이 불리지 않아서, “아, 이번에도 못 받는 건가?” 싶던 순간이었다. 그때 우리 팀 이름인 ‘취준즈’가 불렸다.

우수상 수상이었다.

그냥 정신이 없고 당황스러웠다. 팀의 수상 소감을 말하라고 하셨는데, 수상 소감을 말해 본 적이 없어서 그냥 이렇게 말했다.

“회의 잘 참여해 줘서 고맙고, 많이 떨어졌는데 드디어 받네요.”

앞선 팀의 소감을 따라 말한 것도 있고, 그냥 그 당시 느낀 소감을 솔직하게 말한 것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팀 ‘취준즈’의 매력을 살려서 이렇게 말했으면 더 깔끔했을 것 같다.

“우리 팀 취준즈, 이 수상으로 취준에 더 도움 되겠네요. 취업 파이팅 해보겠습니다.”

앞으로 수상 소감을 더 말할 기회가 있을까? 그런 기회가 있다면, 그때는 조금 더 센스 있게 말해보고 싶다. 내 개인의 소감이 아니라, 팀의 소감을 말할 수 있도록.

ㅎㅎㅎ.

피싱·스캠 예방을 위한 서비스 개발 경진대회 - DAC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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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on.io

 
 
 
 
 

대회 기간동안 열심히 참여한 우리 팀 취준즈

 
 
우수상은 너무 기쁘면서도, 한편으로는 욕심이 있어서 최우수상을 받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우리 팀의 기획은 분명 최우수상까지 노려볼 잠재력을 가진 기획이 아니었을까 하는 욕심도 났다.

수상을 했어도 아쉬운 점은 많았다. 최우수상 팀이었던 ‘소음’ 팀의 발표에 비하면 우리가 더 부족해 보였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최우수상 팀도 우리처럼 7분이라는 제한 시간 안에 ‘중요한 것만 말한다’는 방향을 잘 지키고 있었다. 중요한 것만 말하면서도, 그래서 이 팀이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가 명확히 이해되는 기획이었다.

우리 팀과의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 기획의 깊이나 수준은 비슷했을지도 모른다. 물론 PPT 디자인이나 구현 디자인에서도 약간의 차이는 있었다. 우리 팀의 PPT는 미완성인 채로 제출되었다. 하하. 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발표자의 기량이었다. 최우수상 팀 발표자는 거의 스티브 잡스처럼 전문 피칭을 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또 해커톤을 나가면서 배울 사람이 늘어난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우리 기획의 아쉬웠던 점을 정리하면 크게 세 가지 정도가 있었다.

첫 번째는 확장 가능성을 너무 단순하게 썼다는 점이다. 우리는 기술 스택을 단순 API 키 호출 정도로만 적었는데, 사실 이런 콘텐츠 AI는 SDXL이나 WAN 2.0 같은 로컬 모델을 파인튜닝해서 구현할 수도 있었다. 심지어 그 구현은 내가 평소에 ComfyUI로 작업하던 것과 비슷한 흐름이라, 다른 팀들에 비해 확연히 차이 나는 기술력을 내세우는 것도 가능했다. 그걸 생각하지 못했던 점이 아쉽다.

기획을 준비하고 구현하면서 확장 가능성 쪽은 차마 검토할 시간이 없었다. 하지만 이런 기술성 부분에서 우리의 강점을 더 드러냈다면 우리가 최우수상을 차지할 수도 있었을까? 충분히 해볼 수 있던 작업이라 더 아쉽다.

두 번째는 PPT의 불완전한 검토였다. 정신없이 개발하고, 구현하고, PPT를 만들고, 검토했다. 쉬는 시간 없이 달렸음에도 결국 완성되지 못한 PPT로 발표를 하게 되었다. 경쟁이 치열해서 재심사를 했다고 들었는데, 재심사는 제출한 PPT를 바탕으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오류 있는 PPT를 보며, 우리 팀이 최우수상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감점됐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세 번째는 역시 발표자의 기량이었다. 꼭 해커톤이나 공모전에서의 발표뿐만 아니라, 투자 유치 피칭, 장학생 면접, 대외활동 면접, 입사 면접 등 나는 앞으로 살면서 여러 번의 피칭을 해야 할 상황이 올 것이다. 그때도 자신감, 태도, 여유, 화술 같은 요소들이 대상과 최우수상을 가르듯,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가르듯, 합격과 불합격을 가를 것이다.

내 인생에서 이런 피칭이 나에 대한 평가를 마이너스가 아니라 플러스가 되도록 만들고 싶다. 데브파이브 대표님처럼 발표를 더 잘하는 법을 연습해야겠다.

위 세 가지 이유 말고도 아쉬운 점은 더 있었다. Vercel로 배포까지 다 했음에도 배포 QR을 더 적극적으로 넣지 않았던 것, 남는 페이지를 더 잘 활용하지 못했던 것 등 PPT 개선 요소도 많았다. 하지만 큰 요인은 위 세 가지였던 것 같다.

이번 해커톤에 나가고 상을 타면서 느낀 것들이 많다. 다른 팀들의 아이디어 전개 과정과, 학교에서 알던 친구들의 구현 기술력도 보게 되었고, 다른 분들의 다양한 발표를 보며 피칭에 대해 생각할 기회도 얻었다.

그리고 이번 2026년 KCC 논문을 작성하면서 정립한 나의 사고방식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따지고 보면 그 사고방식은 나의 수험 생활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국어의 김승리, 최인호, 여러 해커톤 경험들, 그리고 2026년 KCC 논문을 작성하면서 공부한 학술적 글쓰기까지. 이 모든 경험들이 모여서 지금의 내 사고방식이 만들어졌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이런 걱정도 있었다. 내가 생각하는 학술적 글쓰기와 구조화 방식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팀원분들을 설득했고, 팀원분들은 내 의견을 따라주며 협업해 주셨다. 그런데 내가 설득한 방향이 잘못된 방향이었고, 우리 팀을 괜히 헛고생하게 만든 거면 어떡하지? 그런 걱정이 들었다.

그래서 이번 수상은 더 의미 있었다. 다른 수상 팀들과 우리의 수상을 보면서, 그래도 내가 얼추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작은 증명이 된 것 같아 즐거웠다. 하지만 다음에는 최우수상, 그리고 최우수상을 넘어 대상까지 바라보고 싶다.

물론 나는 능력치가 괴수인 사람은 아니다. 혼자서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내는 괴물이 아니고, 그저 많이 배우고 싶어 하고, 기록하며, 열심히 살아보려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팀을 짜고, 협업을 통해 최우수상과 대상을 목표로 해봐야 한다.

또 대회장에 1인 개발로 괴수 같은 사람이 있었다고 들었다. 이번 대회의 대상 수상자와, 1인 개발로 최우수상을 탄 그 괴수 개발자는 우리 대회장이 아니어서 그분들과 대상 수상 팀의 발표를 볼 기회가 없었다. 그 점이 아쉽다.

혼자 대회에 나와 제한 시간 안에 기획, 개발, PPT 제작, 발표까지 모두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기에, 그 사람은 정말 괴수인가 보다. 같은 대회장이 아니라 발표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여기서 같은 대회장이 아니라는 게 무슨 말이냐 하면, 대회의 평가는 48팀을 24팀씩 절반으로 나누어 진행한 것처럼 보였다. 각 대회장에서 서로 다른 심사위원들이 최우수상과 우수상을 정하고, 그중에서 대상을 정하는 구조였던 것 같다.

즉, 24팀 중 4~5등 안에 들면 일단 우수상이다. 그리고 각 대회장에서 선정된 팀들 사이에서 대상과 최우수상을 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걸 바탕으로 생각해 보면, 우리 쪽 대회장 24팀 안에서는 대상자가 없고, 최우수상 팀 1개와 우수상 팀 3개가 있었다. 그래서 우리가 조금만 더 잘했으면 최우수상을 탔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 쪽 대회장의 2등은 우리 팀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대회에 신청하면서 내가 “해커톤 열심히 해보자”라고 말하자, 누군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해커톤 대회 그거 어차피 운빨이야. 운 좋으면 상 받는 거야.”

하지만 나는 이런 대회, 사실상 피칭 대회에 나가면서 다르게 느꼈다. 분명히 이런 해커톤과 공모전에서 상을 받는 기준은 존재하고, 수상은 단순한 운빨이 아니라 결국 실력으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회에 따라 대회장 환경, 심사위원분들의 성격과 가치관, 그날의 분위기에 따라 입상의 당락이 바뀔 수도 있고, 입상 안에서도 순위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빼어날 수, 秀. 어느 무리에서 빼어난 사람을 뽑는 데에는 랜덤으로 뽑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빼어난 것에는 분명히 남들과 다른 점이 있고, 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KHUTHON은 2026년 대회의 시작일 뿐이다. 과거 2025년의 공모전 기록은 교내 대회 로커톤을 시작으로, 다양한 교외 공모전을 거치며 몇 개의 수상을 건지고 끝났다.

2026년은 KHUTHON을 시작으로, KCC 학회 발표 대회와 여러 교내외 행사들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다. 물론 그런 공모전에서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 별 성과를 못 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작년보다 더 성장한 만큼, 다른 결과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제 AI의 발달로 해커톤에 나가서 시간 제한 때문에 산출물이 없는 팀은 거의 없다. 기획도 AI에게 맡기면 어느 정도 나오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아예 없는 팀도 거의 없다. 이젠 얼마나 AI가 못하는 것을 잘하느냐가 중요해진 시대라고 생각한다.

이제 구현은 AI에게 말 한마디만 해도 어느 정도 만들어지는 시대다. 하지만 현재 공모전에서 AI는 아직 지식의 구조화를 잘하지 못한다. 그것이 2026년 AI의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곧 2027년, 2028년이 되면 AI도 지식의 구조화를 잘해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또 AI가 못하는 것을 찾아내고,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 ‘빼어난 사람’이 될 것이다.

그런 사람이 AI 시대에 AI를 잘 활용하는 사람이고, AI 시대에 수요가 높은 사람 아닐까? 높은 수요는 높은 시장 가치를 의미한다. 결국 높은 시장 가치로 경제적 자유를 이루려고 이렇게 열심히 사는 걸까 하는 생각까지 가본다.

뜬금없지만, 내 인생의 모토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하게 살자”이다. 이 모토와 지금 내가 가려는 길이 충돌하는 길은 아니겠지?

앞으로는 더 열심히 실력을 길러보고자 한다. 2025년에 느낀 것은 “공모전은 실력을 기른 것을 뽐내러 가는 곳인데, 나는 실력도 없이 일단 대회에 참여했고, 열심히 했는데도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고 지쳤다”는 것이었다.

아직 2026년도 뽐낼 만큼 실력이 길러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서투르고 아쉬운 점이 많다. 하지만 계속 열심히 살면서 실력을 길러서, 내 실력의 부족함이 대회에서 드러나지 않도록 잘 따라가 보고 싶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찾고, 행복하게 살아보고 싶다.

나 혼자서, 아니면 팀원 중 한 명이라도 더 부족했으면 우수상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KHUTHON의 기획, 개발, PPT 제작, 발표의 과정에서 작년의 실패한 경험과 기록 중 이번 대회에서 하나라도 쓰이지 않은 게 없었다. 실패한 경험을 발판 삼아 성장한 것 같기도 하다.

협업의 소중함도 느끼고, 많은 것을 생각해 볼 계기가 된 경험.

KHUTHON 2026이었다.